시민이 만드는 미래 ‘에너지디자인3040’

지역에너지계획의 성공을 위한 4대 요소는 지역에너지계획의 수립, 이를 뒷받침할 조례, 전담부서와 예산, 그리고 모니터링과 민관협력을 이끌어갈 시민참여 거버넌스라고 한다.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제안하고 시민이 직접 계획 작성에 참여한 전주시의 지역에너지계획인 ‘에너지 디자인3040’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각각 11%와 5.8%에 불과한 에너지 자립률과 전력 자립률을 오는 2025년까지 각각 30%와 40%로 끌어올리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주시는 법적인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역에너지계획을 시민참여 방식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는데, 에너지 자립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요구되는 사업으로 기초자치단체 혼자 힘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일이다. 전주시에서는 NGO, 민간그룹, 시의회 등이 참여하여 이행과정을 점검하고 함께 논의하는 에너지 거버넌스의 구축과 민간분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이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지역에너지계획 도입 배경

그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생산, 유통은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 입안에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국민들이 의존하는 시스템 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작 에너지 소비의 당사자이면서 에너지 생산 시설의 근거지인 지방정부와 주민들은 주요 정책결정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결정된 사항을 그대로 전달하고 시행하는 제한된 역할만 수행해 왔던 것이다. 2015년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역이 중심이 되는 에너지자립, 에너지안보 등에 관한 우수한 국제 사례들을 접한 계기에 전주시에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중앙집중화되어 있는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시스템을 분산하여 지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지역에서 만들고 에너지 수요의 관리 역시 지역에서 하는 65만 전주시민을 위한 에너지계획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본격적인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 착수하기 위해서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주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등은 협약을 맺고 계획 작성을 위한 다음 원칙에 합의했다. 시민이 직접 전주의 에너지미래를 결정하도록 전문가들의 계획 수립에 의존하는 방식을 배제하고 시민과 지역사회 NGO가 동참하여 시민 직접 참여방식으로 진행하는 것, 분산형 에너지 계획 작성, 그리고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계획 작성이 그것이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계획 수립

계획수립을 위한 연구과정 또한 시민, NGO, 연구기관, 시정부가 함께 디자인했다. 가능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방법도 제시되었으나, 에너지가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분야라는 점, 방향만이 아니라 목표와 시나리오를 시민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적절한 규모의 참여가 유효할 것이라는 에너지 전문연구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장시간의 숙의의 과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숫자인 50명 이내로 참여자를 구성하기로 했다. 환경단체활동가, 에너지관련 종사자들을 제외하고 연령과 지역 등을 고려하여 시민을 모으다 보니 50명을 채우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는 우리 미래세대의 책임이 커지는 분야라는 점, 미래지향적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학생과 교사의 비중을 더 늘렸다.

 

▲ 사업추진 과정

 

참여시민들이 모집되고 세 차례의 시민워크숍이 진행되었다. 6시간씩 3회에 걸쳐 진행된 워크숍은 에너지에 대한 학습, 사업제안, 목표와 시나리오의 결정으로 구성되었다. 전세계 에너지동향, 에너지의 종류와 현황을 공부하고 우리나라와 전주의 에너지이용 현황을 공부했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세계의 여러 도시들의 사례를 공부하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시민들이 지역에너지계획의 타이틀을 직접 선정하기도 하고 에너지계획을 실행시킬 사업을 제안하는 시간도 가졌다. 하이라이트는 ‘전주시는 앞으로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였다. 워크숍 마지막 날 그간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세 개의 시나리오가 제시되었다. 첫 번째가 가장 높은 수준의 목표가 제시된 시나리오였고, 두 번째가 중간, 세 번째가 가장 낮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는 시나리오였다. 시민들의 의견이 분명하고 팽팽하게 나누어 졌다. 현실적인 세 번째 시나리오를 선택하자는 의견과, 목표를 높게 잡아야 실천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며 첫 번째 시나리오를 선택하자는 의견, 그리고 그 중간을 선택하자는 의견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오늘 자신들이 내린 결정이 십 년 후 시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무게가 시민들을 더욱 고민하게 했고 치열한 토론 끝에 최종적으로 가장 강력한 목표와 실천을 요구하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결정되었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비전 : 에너지자립문화도시, 전주
  • 가치 : 내가 만든 에너지, 따뜻한 전주
  • 목표 : 에너지디자인 3040 – 2025년 에너지 자립 30%, 전략자립 40% 달성 (2013년 에너지자립 11%, 전력자립 5.8%)
  • 에너지 저감 : 2013년 사용량 대비 12.8% (절약 95,546TOE, 효율 81,346TOE)
  • 신재생에너지 생산 : 356,353TOE (2013년 기준 151,300TOE)
  • 기대효과 : 에너지 전환, 대체 381,945TOE, 온실가스 감축 903,765tCO₂

 

시민이 만든 계획이 시정부의 정책으로 채택

시나리오 작성을 마지막으로 시민워크숍은 끝났지만 시민사회의 활동은 계속되었다. 시민참여 워크숍의 결과 도출된 지역에너지계획을 시 당국에 제출하였고, 시 정부와 의회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제출한 에너지계획을 전체 그대로 채택했다. 몇 명의 외부전문가가 아닌 시민이 직접 만든 계획이 제대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캐비닛 속에 있으면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전주의 NGO들은 시민과 함께 만든 지역에너지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을 구성하여 공동 활동을 시작했다.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은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 전북생명의숲, 시민행동21,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주한울생활협동조합, 한살림 전북생활협동조합, 전주의료사회적협동조합, 필건축, 대기이엔지 및 전주시의회 의원들이 참여하고 시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구성된 에너지 거버넌스 기구이다. 동 포럼은 지역에너지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을 약 3개월에 걸쳐 수립하였다.

 

전략수립 과정을 거친 결과, 5대 분야에서 30개 사업이 재분류 되었고 우선순위가 정해졌다. 노후건물이 많은 전주시의 특성을 반영하여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에너지 분야의 시민공감대가 미비한 점을 고려하여 시민교육과 홍보가 두 번째 우선순위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세 번째로 선정되었다. 또한 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재원마련을 위해 전주시가 소각장 폐열을 산업단지에 판매한 35억 원의 수익금을 에너지기금으로 적립할 것, 민간 분야 참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센터를 설립할 것, 에너지전환과를 신설할 것을 3대 추진전략으로 정리하고 전주시장에게 제안하였다. 또한 에너지전환시민포럼은 매월 1회 정기회의를 통해 지역의 에너지계획이 잘 추진되는지 점검하고 시 정부와 협의하여 이행의 과정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의 하나로 시 정부와 민간부문이 각각 추진할 연간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있다.

 

▲ 전주 지역에너지계획 ‘에너지디자인 3040’의 정책과제

 

지역에너지계획의 이행 성과

시민이 직접 작성한 지역에너지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위한 우선과제 및 추진전략 선정, 제안 등 일련의 과정들이 에너지 분야의 지방자치단체 사업들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계획 수립 후 시장에 직접 제안되었던 3대 추진전략 방안이 2016~2018년에 걸쳐 모두 채택되어 현실화되었다. 우선, 제도적으로 2016년 말 환경과 내에 에너지계로 있던 행정조직이 에너지전환과로 확대, 신설되었다. 동 신규부서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기금조성을 적극 추진했고, 2017년 초 에너지기금조례가 통과되어 2018년 3개 사업에 22억원의 에너지사업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수립한 지역에너지계획인 ‘에너지디자인 3040’의 효율적인 추진과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자립도시 실현을 위해 민간분야 실행사업의 컨트롤 타워인 에너지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센터는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및 관리, 에너지전환을 위한 시민협력사업 지원, 에너지교육·홍보지원,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사업 추진, 각종 단체 협력체계 구축 및 네트워크 활동 지원 등을 맡게 된다.

 

또한, 현재까지 ‘에너지디자인3040’ 정책과제 이행을 통하여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자립도시 만들기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확산과 참여 확대 분야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 일반주택 238가구(714㎾)와 공동주택 890가구(242㎾), 공공건물 3개소(240㎾)에 재생에너지가 보급되었고,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 사업으로 저소득층 및 복지시설의 조명 1000여개를 고효율 LED등으로 교체했다. 또한, 2019년도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사업으로 28억원을 확보하여 산업시설과 주택, 공공시설 등 총 212개소 대상으로 태양광 183개소(884㎾)와 태양열 24개소(383㎡), 지열 5개소(88㎾)가 설치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전주시민햇빛발전소의 보급 확산을 위해 효자배수지에 1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2019년 1월 착공하였다. 효자배수지 태양광발전소는 시민 수익 공유형 태양광발전사업 토론회 등 홍보를 통해 출자자 123명으로부터 약 1억 5000만원을 투자받아 건립되었고 2~3호 태양광발전소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에너지전환 박람회, 초록도시 공모전, 에너지 독립운동 등 다양한 민간협력사업이 진행되어 에너지 자립도시 만들기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확산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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